<아이언맨>은 헐리우드 영웅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영화의 정석이다.
그러면 이 영화 식상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가 않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겠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종류의 미국 '00맨'들을 만나왔다.
파란 쫄티입고 빨간 팬티 입었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은근 외계인이라고 지구인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당당한가), 산전수전 공중전, 지하전까지 다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급급한 배트맨, 요가 전문가로 딱 어울리면서 영웅 중에 가장 가난하고 볼품없는 우리의 스파이더맨, 등등..
사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전통 영웅 우뢰맨 보다 이러한 할리우드 영웅들에게 더욱 친숙하다. 그런데 할리우드도 양심은 있는지라 지난 몇 십년 동안 앞에 열거한 영웅들 탄생부터 위기, 복귀까지 무지하게 우려먹다가 이제 슬슬 눈치가 보이는지 주춤하고 있었는데....
2008년 난데없이 아이언맨이 나타났다.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아이언맨은 마블코믹스의 원작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기있는 만화다. 밤이 되면 배트맨이 되는 백만장자 브루스 웨인보다 돈이 더 많다고 하니, (아아언맨 영화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본력은 일단 뒷받침해 주신다. 그러니 굳이 스파이더맨처럼 돈 없어서 자아성찰을 할 필요는 없다.
여하튼 돈 얘기는 접어두고 아이어맨이 전국 300만을 돌파했고 개봉된 첫 주 3일 동안 전세계적으로 2000억을 벌어들였다고 하니 이미 이 영화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그렇게 닳고 닳은 영웅 영화, 즉 00맨 시리즈가 또다시 성공을 할 수 있을까?
1. 이 영화의 목적 오로지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있다.
가끔 영웅 영화를 찍으면서 욕심을 부리는 감독들이 있다. 영웅을 통해서 자아성찰을 꾀한다든지, 영웅이 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걷는 과정을 지나치게 길게 그린다든지 등의 영웅에게 감독 나름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영화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영웅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단지 영웅들이 멋진 활약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들의 액션은 오버해도 상관없다. 그들은 영웅이니깐 그 모든 게 용서된다. 현실성이 없으면 어떠나, 총알 한 발 안 맞으면 어떠나. 사람들은 영웅이 나쁜 놈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고 세상을 옳은 상태로 바꿔 놓는 과정을 좋아한다. 바로 대리만족때문이다. 세상에서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아이언 맨의 감독 존 파브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꾀고 있었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도 필요없고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으로 변신하는 과정도 지리하게 길 필요가 없다. 잘 살고 있던 오베디아(제프 브리지스)가 왜 갑자기 악인이 되는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냥 이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감독은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 놓았다.
2. 토니 스타크, 위트있는 영웅의 자리를 차지하다.
사실 그 동안 영웅들은 너무 진지했다. 누구하나 쉽게 말 붙일만한 사람들이 있던가...여자를 보기를 돌 같이 하고 (한 여자만 사랑하고...) 돈이나 명예를 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는 다르다. 그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위트도 있다. 깜짝 이벤트를 즐기는가하면 자신이 영웅임을 스스로 드러낸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영화 곳곳에서 그의 유머가 빛을 발한다. 그것은 그가 자본력으로 형성해놓은 기계들과의 대화에서 빛을 발한다. 이렇듯 자칫 돈 많고 머리좋고 잘 생겨서 재수없을 수 있는 토니 스타크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그는 그저 그런 영웅이 될 뻔했던 아이언맨을 팔딱 팔딱 뛰는 물고기마냥 생동감있게 만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3. 21세기 첨단 시대에 어울리는 기계의 향연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첨단 기계들을 눈으로 보는 것은 즐겁다. 토니 스타크의 집에 가면 이러한 기계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이 영화의 대단히 큰 매력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투박한 갑옷으로 시작되었던 아이언맨은 토니 스타크의 집에서는 세련되고 멋진 갑옷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성능은 또 대박이어서 미사일 발사는 기본이고 비행기와 같이 하늘을 나는가하며 아이언맨의 눈을 통해 데이터 분서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깨끗한 음질로 전화까지 하니 이거야 말로 최첨단 중에 첨단이다.
감독은 토니의 집에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들을 유머의 대상으로 삼아 재미를 이끌어내는 발칙함까지 선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토니의 능글맞은 성격과 보수적인 기계들이 대립할 때다. 정말 21세기에 딱 맞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이언맨은 깔끔한 영웅 영화다.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작년에 대박을 터트렸던 우주 로봇들 트랜스포머를 생각나게 만든다. 할리우드의 가장 큰 무기인 자본력을 적절히 활용해 만화 속에만 존재하는 영웅을 리얼리티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고, 심각한 이야기 없이 그가 영웅으로 활약하는 액션에 중점을 둬 영화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유명하지는 않지만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로버트다우니 주니어' 라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색다른 즐거움을 더했다.
이것이 여전히 할리우드 영웅 영화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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